초등학교 고학년 때, 바인더형의 다이어리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인기는 중학교 때로 넘어가서도 변하지 않았는데
바인더 밑을 꾸욱 누르면, 양쪽으로 갈라져서 다양다색의 속지를 교체할 수 있는 다이어리였다.
처음엔 비닐?재질의 학생용 다이어리가 많다가, 나중엔 가죽이나 천재질의 다이어리도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서 발전해서 명함꽂을 수 있는 칸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학생들이 명함기능이 있는 다이어리를 쓰는 건 별로 실용적이지 못하였고, 비닐?재질의 학생용 다이어리를 썼었다.
그 당시-바인더형의 다이어리가 유행할 때에
해가 바뀌면 다양다색의 속지를 갈아끼고 새학기가 되면 새로운 친구들의 집전화와 집주소를 적어놨던 기억이 있다.
삐삐 있는 얘들은 삐삐번호도 적긴 했었는데, 삐삐나 집전화는 친구들과 이야기나눌 때 필요한 것이었겠지만, 집주소는...
그냥 일종의 '양식'이었기 때문에, 혹은 집전화와 집주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에 적어놨던 것 같다.
집주소 알려줘~라고 다이어리를 내밀면 스스럼없이 집주소를 적어줬고,
집주소를 물어보는 것과 집주소를 적어준다는 것은 친해지자는 일종의 '싸인'같은 거였달까.
지금은 다이어리를 내밀고 집주소 알려달라고 하면 주소수집을 왜하나.. 의심부터 하지 않을까.
나역시 매년 다이어리나 스케쥴러를 쓰지만,
그때처럼 뒤에 "Address"라고- 지인들의 연락처를 기재하는 면이 없는 것도 그러한 시대반영이지 않을까 싶다.
요즘 얘들은 주소를 묻지 않고, 너희집 몇 평이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사실 주소를 알아야 어따 쓰겠냐마는, 우리 때라고야 어따 쓸려고 물어본 건 아니었을 터이다.
주소란 무엇인가...
주소는 핸드폰번호처럼 쉽게 바꿀 수 없는 거라서, 그건 어쩌면
건물이 지닌 형식적인 의미보다는 그리움의 또다른 느낌이 되지 않을까.

